가지 않은 길을 갈 때처럼
살아가는 일은 언제나 가슴 조이고
살아가는 방식만큼이나 사랑도 여러 가지
어떤 사랑을 하며 살아야 합니까
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고픈 것은
빈 곳에 채울 것을 찾아 헤매는 일처럼
누군가로부터 뜨겁게 사랑 받고픈 것이 되고 말기에
빈 들판에 메마른 햇살만 가득하던 유년의 기억을
다시금 감당할 줄 알아야 합니까
그가 나를 버리고 떠나갈 때
잃는다는 것이
언덕을 넘어 오는 바람처럼 다가올지라도
나는 그의 행복을 위해 보내드렸다고 해버리면
어딘가 허전한 데를 감추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
입가에 한 가닥 미소를 띄울 수 있겠습니까
이별이 와도 슬퍼하지 말아야 합니까
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던데
가슴이 아픈 만큼 사랑 받으려 했던 거지
못다준 사랑을 아쉬워함이 아니기 때문이라고
받고 싶어 준 것이라면
이젠 그를 사랑하지 않아도 됩니까
내 곁엔 아무도 없지만
달빛 없이도 볼 수 있고
별 하나 없어도 쳐다볼 것이 마련된 도시의 밤은
비 내리는 철길을 홀로 걸을 줄 알게 하고
이제 만남이 오지 않아도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만큼
낭만적인 언어로 체념할 줄 알게 합니다
모든 것을 가졌다는 건
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 되고
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다는 건
아무 것도 잃을 게 없다는 것이 된다는 말
내 스스로의 위안을 위해 쓸 만합니까
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도 되고
너는 나를 못 본 채 해도 잘 살 수 있는 지금
밤 새워 분노하던 자는 죽고
분노만이 벌겋게 살아서
야만에 찬 도시의 한복판에 돌을 던지지만
아무도 돌아다보지 않는 일상의 가슴들은
돌의 침묵만큼이나 깜깜한 밤입니다
침묵이 위대한 건
말하지 않음으로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고
진실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몸짓일 수 있기 때문이지만
한 손에 꺾이던 겨울날의 갈대처럼
언젠가는 부서져 가루가 되고 말 침묵입니다
결국
홀로서야 한다고
결국
홀로서야 한다고