앙상한 나뭇가지를 힘겹게 붙들고 앉아
가을이 감을 못내 아쉬워하는 걸까
왕성했던 그 시절에 미련이 남아있어
바닥 위로 나뒹구는 소리를 지르고 있네
그 샐 못 참아 우수수 털어버리니
겨울이 옴을 미리 알아차린 걸까
창창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접어버리고
이젠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네
한때는 빽빽한 숲에 가려 뵈지 않던
계곡에도 쌓이고 바위에도 쌓였건만
가끔씩 세찬 바람이 불어와 흩날리며
다시 바위틈에 끼이고 계곡물에 잠기네
저 숲속 나무에 낙엽이 다 지고 나면
조만간 북풍이 몰아칠 걸 생각하니
땅바닥에 널브러진 낙엽 하나에도
나그네의 우수가 가득 드리워지누나